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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다이어리

비트코인 투자 2017~18년 - 4편

한참이나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차트로 봤을 때와 실제 경험한 것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 감흥을 기록하고 싶었다.

차트로는 보이지도 않지만 상승장에서 직접 겪는 하루하루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비트코인캐시 해프닝 이후 단 며칠 만에 분위기는 참 많이 바뀌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거래소 계좌를 열었고 그에 화답하듯 매일이 상승장이었다. 나는 한번 매수를 하면 매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는데 이때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은 출근하면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침마다 업비트 계좌를 열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좋음과 공포 그 어딘가의 감정이었다.

 

그 당시 나도 알트코인이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평가금액이 자릿수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아침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그걸 볼 때면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실제인지 몰랐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비트코인 "흡성대법"이 어느 정도 끝나고 알트코인으로 상승 파동이 넘어가고 있었던 때였다.

 

이쯤 되니 언론의 암호화폐에 대한 논조가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도 느꼈다.

이전에는 사기 투전판이라 논조였다면 이제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나 인터뷰가 나오기 시작했고 언론도 이전처럼 정확한 입장이 없이 아리송해하는 것이 보였다.

이런 불장에는 역시나 대학생들도 동참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어떤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대학생들을 불러 모의투자 비슷한 것을 해서 수익률 결과를 보기도 하였다. 

 

비트코인 불장 이후 알트코인들이 업비트에 상장만 했다 하면 100%는 우습게 올랐기 때문에 온갖 알트코인들의 대폭등이 이어졌고 백서 등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FOMO가 극에 달하면 역시 사람은 쉽게 말해 "눈이 돈다".

 

지금은 상장폐지된 금단의 코인 아인스타이늄도 그 즈음에 등장하였다. 지금 다시 차트로 보면 정말 삐죽하게 솟아 있는 걸로만 보이지만 하루하루 그것도 24시간 멈추지 않는 장에서도 등락은 사람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나름 이런 코인에는 손대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었음에도 나 또한 500만 원을 태웠을 정도니까. ㅎㅎ

 

당시 회사 동료는 퀀텀을 투자하고 있었다. 나도 300만원 정도 투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때야말로 아찔한 상승장이었다. 그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오분 정도 걸어가는데 평가 금액이 수천만 원이 올라서 빌게이츠냐고 길에 돈이 떨어져도 줍지 말라고 농담을 한 기억이 난다.

 

이때 열이면 아홉 아니 백이면 99명이 돈을 더 태우게 되어있다.

그 동료는 와이프 몰래 이사 가려고 잠시 계좌에 넣어둔 전세보증금까지 넣었다.

나는 추가로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친한 동료였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서 뼈에 새긴 교훈이 있다.

상승 모멘텀을 타고 계획을 한 투자가 아니라면 이런 급격한 상승에 더 투자할 걸 이라는 아쉬운 마음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면 절대 수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때 추가 투자를 하게 되면 내 본전은 그 시점이 된다. 상승의 꼭대기가 내 심리적 본전이 되면 절대 익절을 하지 못한다.

당신이라면 이런 상승장에 정신을 차리르 수 있겠는가? 하루만에 두배가 오르는 장에서?

 

 

그리고 이 정도의 상승이면 계속해서 희망고문을 하는 가격으로 질질 끌면서 매도하면 오르고 매수하면 내려가면서 개미들의 마지막 한 방울의 골수까지 쪽쪽 빨아가기 때문에 정신 차리는 순간 계좌 잔고가 10분의 1토막 나는 건 순식간이다.

 

나의 경우는 그래도 계좌의 반이 비트코인이었고 다른 알트코인 여기저기 찍먹 해놓은 상황이라 하나가 떨어지면 다른 게 오르면서 내 계좌 잔고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었고 그래도 암호화폐 투자를 먼저 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나 따위에게 종목 선정을 물어보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근데 정말 신기한 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코인을 하나 추천하면 일주일이면 네다섯배가 올랐다. 

내가 예측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냥 대부분의 코인이 그냥 오르던 시절이었다.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슨 근거로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줬는지 모르겠다. 

 

그 때 도쿄올림픽에 공식화폐로 쓰인다는 루머를 듣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추천 한 코인이 에이다였다.

알다시피 도쿄올림픽에 공식 화폐로 쓰이지도 않았는데 아직까지 건재한 걸 보면 그냥 웃음이 난다.

난 진짜 도쿄 올림픽에 쓰이는 줄 알았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호재성 루머 하나에도 수십 배 까지도 오르는 것이 불장인 것이다.

 

이런 상승장에는 정말 모두가 정말 단세포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고 매수/매도하지 않는다면 몇 년 동안 밤잠을 설치게 할 불행의 씨앗을 열심히 뿌리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