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테슬라 AI Day가 열렸다.
문과생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후로도 계속 라이브로 시청하고 있다.
정말 머리 좋아 보이는 인도 아저씨가 라지 사이즈의 피자만한 크기의 도조칩을 들고 웃을 때 뭔지도 모르면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은 예상보다 많이 작거나 반대로 많이 크면 뭔가 대단해 보인다.)
이후 행사 막바지에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뭔가 걸어 나오는 모습에는 소름을 넘어 전율이 흐르던 그 순간!!
갑자기 그 녀석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농담도 TPO에 안 맞으면 분위기 요상해지기 마련인데 이건 뭐 하자는 거지?
단 몇 초전에 전율을 느끼던 나를 모지리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건 농담도 아니고 도대체 뭐지?
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다고 키득거렸을 녀석들에게 올바른 대인관계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역시나 다음 날 지엄하신 각종 뉴스 미디어에서는 이 무례함을 꾸짖으며 로봇 공학이 얼마나 높은 기술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상기시켜 주었다. 또한 92년에 설립해서 구글 --> 소프트뱅크 --> 현대차로 인수되어가면서 30여 년을 연구한 기업(보스턴 다이나믹스)도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못 왔는데 2만 달러로 로봇을 만들겠다는 테슬라의 선언을 비웃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22년 9월 1년 동안의 결과를 내놓았다.
난 개인적으로는 일단 걷는 것, 그리고 액츄에이터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진짜 전율을 느꼈다.
로봇공학에 대해 잘 몰라도 1년 만에 이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이 녀석들은 꼭 실현을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손 한번 흔들고 다리 좀 찢겠다고 (그것도 등은 거치대에 고정된 상태에서) 사람 3명이 붙어서 질질 끌고 나올 필요까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개인적인 감동은 감동이고 내일 분명 주가는 떨어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걸 보여준 것 자체가 테슬라의 엔지니어들의 기술과 상용화에 대한 순수한 의도를 보여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일을 즐겼고 1년 만에는 불가능이었던 성과를 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2023년 12월 13일 2세대 옵티머스를 선보였다. (참고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aHgIUkKIIZM)
처음에 이 영상을 보고는 이 녀석들 2년 전에 그 썰렁한 농담하던 버릇 못 고치고 또 이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런! 데!....
진짜였다.
몇달 전 테슬라 차량에 쓰이는 비전센서 기술로 사람이 시범을 보이면 제한된 엑츄에이터로 그대로 모방하는 걸 봤을 때
분명 내 예상보다 빨리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걷기 속도 30% 향상, 2개의 구동축으로 보여주는 사람 같이 자연스러운 목의 움직임, 촉각센서로 계란을 옮기고 관절형 발가락을 가진 녀석이 사람처럼 스쿼트를 하고 있다.
사실 지금 현재도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엄청난 기술들이 개발이 완료되었다. 다만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뿐인 거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도 좋아하는 회사라서 까고 싶지는 않지만 저 사람들은 그냥 로봇을 만드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 이었다.
가끔 영상으로 보면 백덤블링을 한다거나 사람처럼 구조물 사이를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결국 저 모든 동작들은 사람들이 코딩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다 코딩을 해야 한다면 굳이 휴머노이드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해진 동작만 해야 한다면 고정형 로봇으로 충분하다.
기술 자체에 매몰되면 "왜"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난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왜 휴머노이드 로봇이어야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었고 그 용도에 맞게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2세대 옵티머스를 보며 훨씬 더 빠른 시간에 필수 효자 혼수품으로 옵티머스가 포함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래서 내가 테슬라 투자를 못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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